|
부지런히 길을 걷다 카메라 렌즈도 바꿀 겸 화단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으니 꼬마아이 하나가 작은 바구니를 내 앞으로 내민다. 작고 마른 체구에 다소 고집있어 보이던 이 꼬마아이는 외국인들에게 구걸을 하는 모양새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꽤 익숙해보였다.
당시 주머니엔 동전도 없었고 지폐만 있었기에 그냥 보내려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현듯 베트남전쟁이 떠올랐다.. 우리도 한국전쟁이 끝나고 많은 꼬마애들이 이렇게 구걸을 했을텐데... 어쩌면 한껏 뛰어놀고 공부해야할 이 아이가 구걸을 하고 있는 이유가 미국과 함께 베트남 전쟁에서 많은 몹쓸 짓을 했던 우리 한국인에게도 있을꺼라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도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결국 주머니에 있던 꼬깃꼬깃한 지폐를 쥐어주니 기분이 좋은지 방긋 웃어준다 이 꼬마도 나랑같은 호안키엠 저 다리끝이 목적지였는지 나보다 몇걸음더 앞서가며 열심히 바구니를 내민다..
외국인들을 보며 작은 바구니를 내밀던 모습을 보고 내가 자꾸만 웃으니 이제는 바구니를 내밀 때마다 뻘쭘히 웃으며 내 눈치를 본다...
다리끝에 다다라서 생각보다 수입이 시원찮았는지 뻘쭘히 웃으며 내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온다.
별루야?라는 생각에 내가 고개를 도리도리 거리니 내 뜻을 이해라도 했을까.. 아쉽듯이 웃음을 짓는다.
손을 흔들며 헤어진 뒤로 호안키엠 호수에선 두번다시 이 꼬마아이를 볼 수 없었지만 넓디 넓은 호숫가 어딘가에서 외국인들을 향해 바구니를 내밀 꼬마를 생각하니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