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밤거리를 서성대다가
목이 마른 참에 눈앞에 과일쥬스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전부 여자분들만 계신 그 쥬스가게는
모두 한 가족처럼 보였다.
메뉴판을 보고
그중에 제일 신기해보이는 까만 알맹이가 가득들어있는 이름모를 쥬스를 주문했었는데 가격은
1만2천동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주머니엔 그날 써야할 돈을 대부분 써버린 상태여서
단위가 작은 몇장의 지폐와 쓰다 남은 동전만 가득했었는데
어깨엔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가뜩이나 땀에 쩔은 청바지 주머니에서
조막만한 동전들을 모두 꺼내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주문한 쥬스를 코앞에 두고 땀을 뻘뻘흘려대며
주섬주섬 테이블위에 땀에 쩔은 지폐몇장..동전들을 차례대로 올려놓고
1만 2천동을 딱 맞추니.
주인 아주머니가 "뭐 이런 외국인이 다있어.."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뻘쭘한 웃음을 짓던 날 보던 그 아주머니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만 2천동의 금액에서 2천동을 다시 거슬려 주셨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는 나만한 아들이 떠올랐을까...
아니면 땀에 쩔은 내 행색이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애처로워 보였을까..
그런 오만가지 상상을 하면서
혼자 2천동 굳었다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밝아진다...
쥬스를 만들어 주었던 아가씨...
웃는 모습이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쑥스러운 듯 고개를 휙~돌려버린다.
2천동을 다시 거슬러 받은 이 쥬스안에는
까맣고 동글동글한 곤약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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